'외국소설' 태그의 글 목록 :: 소소하고 지극히 평범한 공간

 

.

정말 오랜만에 글을 올린다. 그간 뭘 했는지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만 별다른 삶을 살진 않았다. 그저 주어진 영역 안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했으며, 응당 사회가 부여한 역할에 대해 충실했을 뿐이다. 단지, 그뿐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참 재미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아 한심하다.

 

.

이 소설은 폴 고갱에 관한 내용이다. 그의 삶을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소설가의 입을 빌려 탄생한 작품이다.

단편적인 기억의 편린에 의존해 그것들을 이어붙이는 작업은 참 고된 작업이란 생각이 든다. 그 작업에는 끈기가 필요하다.

 

끈기란 것은 대상에 대한 애착이 빚어낸 강한 욕구일 것이다. 소설 속 폴 고갱은 참 기이한 인물이며 범인의 눈으론 이해 못할 예술혼을 지닌 존재이다. 그는 달나라의 토끼와 같이 이상의 눈을 지닌 사람에겐 보이지만 현실에 벽 속 즉, 6펜스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겐 그냥 미치광이에 불과하다.

 

폴 고갱은 오직 예술만을 위해 산 사람이다. 평범하고 안락한 그리고 안정된 삶을 벗어 던져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추구하는 것을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이다.

속물들의 눈 속 아니 속물이라 폄하할 수 없다. 보통의 삶을 살며, 삶 속에 예속된 우리의 눈에는 이해 못할 장면의 연속이다.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고 그 시선 끝에 걸린 세계가 다른데 그 간극을 매우기란 참으로 어렵다. 거렁뱅이와 같은 삶을 살면서도 그가 지켜왔을 예술혼은 미술사의 위대한 업적과 잊지 못할 흔적을 남겼다. 나는 마지막 생나무 집에 벽과 천장에 가득 그렸을 그 그림을 상상해 봤다.

 

상상 만으로 황홀한, 가슴 벅찬 그 장면을 말이다. 하지만 비루한 내 상상력으론 그것들을 온전히 그려낼 수 없었다. 아니 비현실적이고 오직 경험만으로 탄생할 수 있는 그 광경을 나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비로소 마침표를 찍은 삶의 벼랑에서 그가 온 힘을 쏟아 그려낸 역작일 것이다. 손끝에서 빚어진 또 다른 세계는 우리가 달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생소하고 또한 어떤 경외심이 들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예수는 어느 시대나 존재할 것이다. 그들은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리고 폴 고갱도 예술을 위해 목숨을 바친 존재이다.

 

.
나는 예술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더군다나 미술의 미자도 모르는 문외한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몇 점 찾아 봤다.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선과 원근법이 무너진 세계란 것이다. 어떤 그림은 한 덩이 같다는 느낌도 들며, 어우러져있는 색은 참 기기묘묘하다. 하지만 강렬함이 도사리고 있어 쉽게 평을 내릴 수 없는 위압감을 지니고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