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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수용 과정으로서의 듣기

듣기 행위에 개입되는 사고 수준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 가능하다.

 

소리 듣기, 문자 그대로 외부에서 들려오는 물리적인 소리만을 수동적으로 지각하는 활동 (축자적인 이해)

 

의미 듣기, 자신이 알고 있는 배경 지식과 관련하여 들은 정보를 조직화하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일련의 인지적 과정

 

청해, 가장 높은 수준의 사고를 요하며, 듣기 과정의 처리 결과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며, 여기에 청자 자신의 가치 판단이나 정의적 반응까지 수반하는 종합적인 과정이다.

 

- 추론적 듣기

여러 요인들을 종합(언어, 비언어, 준언어, 맥락 등) 그 표현에 함축된 의미를 파악하면서 듣는 방법을 말한다.

 

준언어, 언어적 표현과 분리된 음성적 요소 (음조, 강세, 목소리 크기 등)

비언어, 언어 표현과는 독립적으로 의미 작용을 할 수 있는 자세, 손동작, 몸동작, 얼굴 표정, 눈빛 등

 

- 비판적 듣기

청자 자신의 입장이나 관점을 견지하면서, 단순히 들은 정보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

대방의 입장이나 견해에 대하여 평가하고 판단하면서 듣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신뢰성, 타당성, 공정성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신뢰성, 정보나 자료의 출처가 믿을 만한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타당성, 그 말이 전후 맥락에서 자료나 근거로부터 결론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 합리적인지, 현실이나 삶의 이치에 부합되는지 등을 따지는 것

공정성, 말의 내용이나 주장이 공평하고 정의로운 것인가

 

- 공감적 듣기

내 입장에서 상대방의 말을 분석하거나 비판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이입하여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해하려는 데 그 목적을 두는 너 중심 듣기라 할 수 있다.

들어주기(공감적 듣기의 시작이다.), 소극적 들어주기와 적극적 들어주기가 있다.

소극적 들어주기, 상대방에게 관심을 표명하면서 화자가 계속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화맥을 조절해 주는 격려하기 기술

 

<소극적 들어주기의 다양한 표현>

 

관심 표현 : 그래서?, 그런데?

공감 표현 : 그러게 말이야, 정말 그렇고 말고

동정 표현 : 저런, 쯧쯧

기쁨 표현 : 정말 잘 됐다, 멋지다.

놀라움 표현 : 어머, 정말?

 

적극적 들어주기, 청자가 객관적인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화자의 말을 요약, 정리해 주고 반영해 주는 역할을 통해서 화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공감적 듣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판하거나 윤리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수용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서 들어줘야 한다.

 

이형기 폭포, 김수영 폭포


 

오늘은 동일한 제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두 편의 시를 보겠습니다.

 

역시나 동일한 제재 혹은 소재를 바탕으로 형상화된 시의 경우 당연히 상호텍스트적인 관점 속에서 묶일 수 있겠죠.

 

그렇다면 먼저 이형기의 폭포를 보겠습니다.

 

폭포 - 이형기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을

어깨에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시퍼런 칼자욱을 아는가.

 

질주하는 전율과

전율 끝에 단말마(斷末魔)를 꿈꾸는

벼랑의 직립(直立)

그 위에 다시 벼랑은 솟는다.

 

그대 아는가

석탄기(石炭紀)의 종말을

그때 하늘 높이 날으던

한 마리 장수잠자리의 추락(墜落).

 

나의 자랑은 자멸(自滅)이다.

무수한 복안(複眼)들이

그 무수한 수정체(水晶體)가 한꺼번에

박살나는 맹목(盲目)의 눈보라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퍼런 빛줄기

2억 년 묵은 이 칼자욱을 아는가.

 

특이한 점은 전면에 나오는 목소리가 바로 '폭포'라는 것입니다. '그대'라는 청자를 상정하여 계속하여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시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대략적으로 폭포의 그 형상을 비유적 표현을 바탕으로 형상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형상화의 방식을 하나하나 드려다보게 된다면, 굉장히 강렬하면서도 선명한 언어들을 바탕으로 한 편의 시가 직조 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칼자욱'이라든가, '박살나는' 등의 표현을 통해서 강력한 생명력을 형상화 시킨다기 보다는, 폭포 그 자체의 비극적인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폭포'라고 불리는 대상의 숙명적 고통이자, 실존적인 고통인 것이죠. 결과적으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슬픔과 비극을 폭포를 통해서 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단지, 폭포라는 형상으로 태어났기에 겪어야 하는 실존적인 고통의 모습, 인간이기 때문에 거쳐야 하고, 겪어야 하는 수 많은 고통을 폭포와의 유사성 속에서 풀어나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김수영의 폭포의 경우 '폭포'라는 대상 자체는 예찬의 대상이자, 지향하는 존재입니다. 즉, 닮고싶은 존재인 것이죠

 

 

폭포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와 안정을 뒤집어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해당 시에서 폭포라는 존재는 '무서운 기색도'없이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는 고매한 정신을 지닌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폭포라는 시 중에서 가장 유명한 시구라고 한다면 다음 부분일 것이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 곧은 소리는 곧은 / 소리를 부른다'

 

 

김수영 시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방향성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으며, 강렬하게 내리 꽂히는 폭포의 생명력과 맞 닿으며, 살아 있는 정신, 곧은 정신 등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나타와 안정'과 같이 현재에 만족하여 정적으로 멈춘 삶의 모습을 추구하기 보다는, 동적인 삶을 추구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김수영 시인하면 떠오르는 시는 '눈'이나 '풀'일 것이다. 대체적으로 자연의 속성을 바탕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는 방식을 많이 취했으며, 정적이기 보다는 동적인 속성을 바탕으로 끊임 없는 운동감을 보여주는 시인이기도 하다.

 

김수영 시인도 모더니스트의 일반적 경향인 현대문명과 도시생활을 비판적으로 노래했으나, 서구사조를 뒤쫓는 일시적이고 시사적인 유행성에 빠져들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했다.

 

 

이러한 움직임의 과정은 강렬한 현실비판의식과 저항정신에 뿌리박은 시적 탐구를 바탕으로 1960년대 참여파 시인들의 전위적 구실을 담당하게 했다.

 

그렇다 김수영이란 시인은 현실에 참여하며, 강렬한 운동성을 바탕으로 현실을 개혁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시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나가는 것이다. (중략) 그러면 온몸으로 무엇을 밀고 나가는가. 그러나-나의 모호성을 용서해준다면-'무엇을'의 대답은 '동시에'의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즉 온몸으로 동시에 온몸을 밀고나가는 것이 되고, 이 말은 곧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 된다. 그런데 시의 사변에서 볼 때, 이러한 온몸에 의한 온몸의 이행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이 바로 시의 형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시를 논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산문의 의미이고, 모험의 의미이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시의 형식은 내용에 의지하지 않고 그 내용은 형식에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문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민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류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문화와 민족과 인류에 공헌하고 평화에 공헌한다. 바로 그처럼 형식은 내용이 되고 내용은 형식이 된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시여, 침을 뱉어라」 중에서

 

 

동일한 제재를 바탕으로 시를 쓴다고 하여도, 작가의 의식과 관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주제 의식을 형상화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독서 모형


독자가 독서라는 문제행위를 수행할 때 언제 모형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모형이라 하는 것은 이러한 양상의 구체적인 모습을 범주화하여 묶어 놓은 것을 말하는 것인데, 대체적으로 지지하는 기본적인 입장들이 있으며, 그러한 입장들의 구체적 설계를 바탕으로 모형을 형성하였다. 

 

 

상향식 모형, 작은 언어 단위로부터 점차 큰 언어 단위로 올라가면서 이루어진다. (언어 단위에 따라 단어-문장-문단-) 문자 판독이 의미 형성의 원천을 이룬다. 이에 독자의 역할이 수동적이다.

 

(비판점)

첫째, 단어 지각 과정에서 문장의 통사 구조의 효과나 의미의 효과가 나타나는데, 이러한 현상도 상향식 모형에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둘째,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문장이 문맥에 의해 의미가 결정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하향식 모형, 독자의 스키마, 가정이나 예측과 같은 상위 차원의 자원이 글 이해에 영향을 미친다. 의미 구성이 독자의 적극적인 가정이나 추측에서 이루어지며, 글의 의미 해석도 독자의 가정이나 추측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스키마의 사용)

 

(비판점)

첫째, 하향식 모형은 능숙한 독자를 전제하고 있으므로 능숙하지 못한 독자의 과정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둘째, 독자의 능동적 행동이 하향식 모형 주의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실제로는 비효율적이다.

 

상호 작용 모형, 상향식과 하향식의 절충이며, 독서를 글과 독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 작용의 행위로 간주한다. 독자의 의미 구성 과정은 글이 개입하면서 정교해지고, 글의 의미는 독자의 적극적인 가정과 추론이 개입하면서 활성화된다.

 

(비판점)

첫째, 독서가 올바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특정하기가 어렵다.

둘째, 초인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대두된 모형으로 그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모형이 바로 사회 문화 모형이라 할 수 있다.

 

사회·문화 모형, 독자 개인 차원, 지역이나 국가, 민족과 같은 사회 차원, 학교나 직장, 학회와 같은 기관 차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관점, 가치나 신념, 역사, 언어, 의사소통 방식 등을 뜻한다. 동일한 글을 읽더라도 개인마다 글의 의미 구성이 다른 이유가 바로 사회, 문화적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회 문화 모형에서는 확장된 논의를 바탕으로 독서의 환경적 여건까지 포함 시킨다.

 

 

환경적 여건이라고 한다면, 심리적인 환경이 있을 수 있으며, 실제 독서가 이루어지는 물리적인 환경이 있다.

 

심리적인 환경이라 한다면, 가정 내에서 책을 읽는 독서의 분위기가 형성이 되거나, 실제로 원하는 책에 접근할 수 있는 접근성이 높은 여러 정의적 동인과 관련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책을 읽기에 적합한 물리적 환경 (조명의 밝기나, 의자의 편안함 등)이 갖춰져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회 문화라는 그 단어에 맞게 상당히 거시적이면서도, 면밀히 맥락의 영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비판점)

 

첫째, 사회·문화적 요소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다.

둘째, 사회·문화적 요소의 차이가 있음에도 글의 의미를 동일하게 이해하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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